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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Posting/칼럼

너희들은 참 좋겠구나, 송경동시인 쌍용차 희생자 위한 절절한 추모시 낭송

by 동자꽃-김돌 2012. 6. 11.

6월 항쟁 25주년 기념행사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저녁 6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주제는 "6월의 완성, 99%의 승리!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였습니다.

 

국민대회가 끝이나고, 우리 승리하리라 610시민대합창을 앞둔 8시 30분 무렵 두 사람이 무대위로 올라왔습니다. 정혜신 정신과 의사와 송경동 시인이었습니다.

 

정혜신 박사가 와락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와 가족들을 위한 상담과 치유 과정과 사례를 눈물을 참아가면서 차분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와락 공동체에 아버지와 아이들이 꼭 붙어다니는 것을 농담 삼아 "굴비셋트"같다고 했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그 아내가 목숨을 잃어 아이들이 아버지곁을 꼭 붙어 다닌다 했습니다.

 

진압당시 5살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하는 경찰관들을 보고 난 이후 "아빠를 때리는 경찰관들 혼내줄거야!"라며 항상 몸에 무기 같은 것을 지니고 다닌다고도 했습니다.

 

진압 전날 아버지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공장으로 나온 한 노동자, 그러나 다음날 끔찍한 진압현장을 목격하고 동료 노동자들의 참혹한 모습을 직접 목격한 그는 몸 성한 자신을 탓하고, 아버지를 탓하며 그렇게 서로를 미워했답니다. 결국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아들은 또 죄책감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한 순간에 수천명을 정리 해고한 자본은 노동자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갔습니다. 자본의 파괴력은 끔직했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송경동 시인 "희망버스"를 제안한 한 사람의 시인으로 재판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무도한 세상이 나를 감옥으로 끌고 간다면 끌려가겠다"며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달려갔듯이 6월 16일 토요일에 여의도 언론파업 희망테트에서 부터 시청광장 쌍용차 분향소까자 7.5KM를 걷는 희망 걷기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하얀 종이를 꺼내더니 읽어내려갔습니다.

쌍용자동차 희생자 22분과 정리해고 비정규직하에 희생당한 모든 노동자 민중들을 추모하며 쓴 시였습니다. (오디오 파일도 올리겠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기를...)

 

 

 

 

너희들은 참 좋겠구나  

 

너희들은 좋겠구나

이제 518 광주에서처럼

총으로 곤봉으로 대검으로

때려죽이고 찔러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죽어가니

 

너희들은 좋겠구나

이젠 박창순처럼 YH 김경숙처럼 박종철처럼

굳이 끌고가 물먹여 죽여도

떠밀어 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떨어져 죽어가니

너희들은 참 좋겠구나

 

이젠 용산에서처럼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망루에 가둬두고

짓밟고 태워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피말라 죽어가니

너희는 정말 정말 좋겠구나

이런 만고강산

이런 태평천하

이런 브라보

시간만 가면 돈이 벌리는

이런 희한한 세상이

배터지게 입찢어지게

환장하게 좋겠구나

 

노동자들만 눈물바다구나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하며 눈물바다

평생을 생존권에 쫒겨다니며

평생을 길거리에서 싸워가며

급기야 저절로 목숨까지 반납하며 눈물바다

짜디짠 눈물 바다 뿐인 세상이 참 좋겠구나

 

이 더러운 세상을 어떻게 살란 말이냐

이 서러운 세상을 어떻게 살란 말이냐

더 이상 물량과 생산성에 쫒기지 않고

더 이상 구사대 경찰에 쫒기지 않고

더 이상 실업과 생활고에 쫒기지 않고

먼저 가서 자네는 참 좋겠네 라고 얘기해야 하나

차라리 먼저 가서 자네는 행복 하겠네 라고 말해야 하나

 

무한경쟁 무한생산 무한소비로

벼랑에 도달한 것은 자본인데

왜 등 떠밀려 묻혀야 하는 것은 착한 우리들 만인가?

 

돌려 말하지 마라

이것은 계획된 살인

이것은 준비된 학살

이것은 우리 시대 모두를 향한 자본의 테러다

 

우리는 더 이상 묻힐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물러서야 하는 것은 너희다

이 참혹한 땅에 매몰되어야 하는 것은

이 스물 두 명이 아니라

수백 수천 수만 수백만 해고 노동자들과 비정규직들이 아니라

이 시대 가장 악독한 강도이며, 구제역인 자본과 권력 너희다

너희를 묻지 않고

우리는 스물두분의 참혹한 시신을 묻을 수 없다.

너희를 단죄하지 않고

우리는 어미 아비를 잃은 이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을 쳐다 볼 수 없다.

더 이상 이런 아픈 추도시를 쓸 수 없으며

더 이상 뼈아픈 추도사를 읊을 수 없다.

 

우리 일어서자

더 이상 죽지 말고 일어서자

엄마 아빠 제발 죽지 말고 일어서자

여보 제발 쓰러지지 말고 죽지 말고 일어나 싸우자

일어나 새로운 시대를 만들자

 

 

송경동 시인과 정혜신 박사가 6월 16일 함께 걷자 행사에 참여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준비가 짧아 아직 많이 모른다고 합니다.

널리 알려주시고, 함께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함께 걷자 캠페인에 많은 분들의 참여가 있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