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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Posting/시사인 풀뿌리수첩

"쓰레기 치운다고 사람까지 쓰레기 취급..."(시사인 220호)

by 동자꽃-김돌 2012. 7. 28.

"쓰레기 치운다고 사람까지 쓰레기 취급..."

 기사입력시간 [220호] 2011.12.09  01:44:23  조회수 18672

 

<매월 한차례 시사인 '풀뿌리 수첩'에 자치와 소통에 관한 내용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버겁고 힘들지만 마을과 주민에 관심 갖는 정통시사주간지 시사인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좋은 가정이 좋은 골목을 만들고, 좋은 골목이 좋은 마을을 만들고, 좋은 마을이 좋은 지역을 만들고, 좋은 지역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믿기에 글쓰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김석 (민주노동당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 www.kimdol.net)  

 

 순천시 청소대행업체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의 실상은 충격이다. 작업복도, 휴식 공간도 제대로 없다. 노조를 설립하자 대행업체는 집단 해고까지 했다. 순천시는 이들의 시위를 막고 나섰다.

 

지난 8월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청소 대행업체의 실상과 청소 노동자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간곡한 전화였다. 다음 날 쓰레기 매립장 재활용센터를 방문했다.

충격이었다. 쓰레기더미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에게 마땅한 작업복조차 지급되고 있지 않았다. 2층 높이의 분리작업대에 안전장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점심을 먹는 휴식 공간에는 파리와 악취가 너무 심했다. 탈의실도 화장실도 심지어 샤워실도 남녀 구분이 없었다. 또 노동자 대부분이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하루 종일 쓰레기를 치우느라 그들의 몸에는 쓰레기 냄새가 늘 배어 있다고 했다. 씻어도 그 냄새가 지워지지 않아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게 된다고 했다. 악수는커녕, 퇴근 후 사랑하는 가족을 마음껏 안아보지도 못했다는 고백에 필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열악하고 처참한 환경에 대하여 그 누구도 들어주거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이들은 최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 뒤 부당한 임금 지급의 문제, 노동 환경의 문제, 청소 대행업체의 실상, 순천시의 청소 대행업체 민간위탁 계약 방식과 지도 감독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김석 제공
순천시 청소 노동자는 열악한 작업환경 탓에 대다수가 피부병을 앓는다(위).



청소 노동자 노조 설립과 동시에 해고 통보

노조가 설립되자 A업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노동자 6명을 집단 해고했다. 다행히 교섭 과정에서 복직은 되었다. 최근에는 B업체가 노조 간부와 노조에 가입하려는 여성 노동자를 해고한 사건이 발생했다. B업체는 그동안 매월 사장과 그의 가족이 임금을 착복한 회사로 밝혀진 곳이다. 실상은 이렇다. 사장이 658만원, 사장 아들이 485만원, 사장 부인이 467만원 등 일가족이 매월 2000여 만원을 급여 명목으로 수령하고 있었고, 청소 노동자들에게는 평균 150만원 정도를 지급해왔다. B업체 청소 노동자들은 순천시 청소위탁 대행비 산출 기준(운전원 285만원, 미화원 276만원)에서 무려 100만원 이상이 모자라는 급여를 받아온 것이다.

지난 10월24일 B업체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순천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청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시청 직원들이 1인 시위를 하던 해고 여성 노동자의 피켓을 빼앗는가 하면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시청 별관으로 끌고 들어가려 한 일이 벌어졌다.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도 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순천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하소연하러 온 사람도 시민이고, 청소 노동자도 시민이다. 청소 대행업체 문제가 이렇게 곪아터진 데는 순천시의 지도 감독에도 책임이 있다. 지난 6년간 이들 업체에 대한 지적 사항이나 시정 조처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탁상행정에 대한 반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사과나 반성은커녕 시민에게 면박을 주고 멱살을 잡은 행위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 아닌가?

이에 시의원들이 나섰다. 의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지적과 발언이 이어지자 순천시는 민간 위탁 선정 기준을 강화하고, 폐기물법 개정에 따른 원가 산정을 통해 미화원·보조원·운전원에 대한 임금 지급상의 부당한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또 1인 시위를 방해하고 욕설과 멱살잡이를 했던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감사과에서 감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청소 노동자들은 아직도 1인 시위 중이다.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한다고 사람까지 쓰레기 취급한다,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쓰레기 취급하지 말라!”는 말을 진심으로 듣고 따뜻한 행정이 이루어져야 그들의 가슴에 생긴 상처가 치유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