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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Posting/시사인 풀뿌리수첩

보궐선거 비용, 사임한 시장에 물려야 (시사인 223호)

by 동자꽃-김돌 2012. 7. 28.

보궐선거 비용, 사임한 시장에 물려야   
기사입력시간 [223호] 2011.12.29  09:04:56  조회수 15934

 

<매월 한차례 시사인 '풀뿌리 수첩'에 자치와 소통에 관한 내용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버겁고 힘들지만 마을과 주민에 관심 갖는 정통시사주간지 시사인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좋은 가정이 좋은 골목을 만들고, 좋은 골목이 좋은 마을을 만들고, 좋은 마을이 좋은 지역을 만들고, 좋은 지역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믿기에 글쓰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김석 (민주노동당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 www.kimdol.net)

 노관규 순천시장이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우고 국회의원 출마를 이유로 사임했다. 순천시는 10억원 혈세를 보궐선거 비용으로 써야 한다. 어려운 재정 상황에 엄청난 액수다. 

 

공직 후보 사퇴 시한인 12월13일, 노관규 순천시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이유로 사임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그는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성공 개최 등 수많은 공약을 발표했고, 순천시민들은 ‘지역 발전’ 약속을 믿고 그를 순천시장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우고 국회의원 출마를 이유로 시장직을 사임한 것이다. 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자신을 뽑아준 순천시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도리가 아닐 뿐 아니라 배신에 가깝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최근 3년 동안 선출직 공직자의 중도 사퇴에 따른 재·보선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었으며 간접적인 사회비용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한 돈이다. 대부분이 임기 중 사직하고 다른 선거에 입후보한 데 따른 것으로, 공공연한 사직 행위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치유해야 할 우리 정치의 병폐이며, 지역민의 기대를 저버린 풀뿌리 지방자치의 독이라고 단언한다.

노관규 순천시장의 사임으로 순천시는 막대한 세금 낭비뿐 아니라 행정 공백, 정책사업 중단 따위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 내년 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순천시는 재·보궐 선거 비용으로 10억원을 편성해야 한다. 이는 100% 시민 혈세로 충당하게 된다. 순천시 재정자립도는 20.6%로 열악하다. 그래서 재·보궐 선거 비용 10억원은 순천시에 엄청나게 큰 부담이다. 순천시의 모든 경로당이 겨울철 내내 난방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이다. 홀로 사는 노인과 결손가정 아이 모두에게 수년간 점심값을 제공할 수 있는 액수이기도 하다.

 

 
ⓒ하태민 제공
순천지역 시민단체들이 시청 앞에서 노관규 시장에 대한 배상청구 운동을 하고 있다.



‘원인자 부담행위에 관한 원칙’ 적용해야

‘원인자 부담행위에 관한 원칙’은 보편화된 지 오래다. 환경법, 건축법, 상·하수도 관련법 등 시민을 상대로 한 원인자 부담금은 꼬박꼬박 매겨지는 반면 공직자로 인한 국고 손실이나 세금 낭비에 대해서는 구상권 청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순천시장 재·보궐 선거를 야기한 원인 제공 당사자는 오직 노관규 시장 개인이다. 이는 혹여 눈감아줄 수도 있는 업무상 과실이나 착오가 아니다. 생업을 위해 잠깐 주차했다가 하루 일당을 교통딱지로 떼이는 서민들의 과징금, 울며 겨자 먹기로 납부한 세금이 고스란히 재선거 비용으로 충당되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이런 판을 벌인 원인 유발자 노관규 시장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혈세 낭비가 불을 보듯 뻔한 데도 제도나 법은 이를 외면한다. 정치의 병폐를 정치인이 언제 스스로 바로잡은 적이 있던가? 그런 역사는 없다. 어느 시대이건 부당함을 참다 못 견딘 서민의 땀과 희생과 외침과 역동성으로 이를 바로잡지 않았던가?

순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시청 앞에 텐트를 치고 배상청구 운동을 시작했다. 또 12월13일 노관규 시장 퇴임식에서는 혈세 낭비 배상청구 운동을 추진하는 시민단체 회원 50여 명이 나와 ‘재임 기간에 발생한 지방채무 대책을 따져 묻는 즉석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또 노관규 시장에게 재선거 비용 10억원을 기부할 것과 재임 기간에 추진한 사업들이 실패할 경우 책임질 것을 서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이 회초리를 든 것이다. 나를 비롯한 일부 시의원들은 선거 비용 예산을 삭감하는 한편, 이 배상운동을 전국화하고 제도화할 생각이다.

국회 또한 원인 제공자가 재선거 비용을 부담하는 법을 제정해, 이런 못된 정치 병폐를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