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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Posting/시사인 풀뿌리수첩

“우리마을 우물 살려볼랑께…” (시사인 234호)

by 동자꽃-김돌 2012. 7. 28.

“우리마을 우물 살려볼랑께…”  

기사입력시간 [234호] 2012.03.16  09:13:27  조회수 5085

 

<매월 한차례 시사인 '풀뿌리 수첩'에 자치와 소통에 관한 내용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버겁고 힘들지만 마을과 주민에 관심 갖는 정통시사주간지 시사인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좋은 가정이 좋은 골목을 만들고, 좋은 골목이 좋은 마을을 만들고, 좋은 마을이 좋은 지역을 만들고, 좋은 지역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믿기에 글쓰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김석 (통합진보당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 www.kimdol.net 

 순천시는 8년째 마을 공동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마을 정비 부터 복지 사업까지 다양하다. 제도적 기반이 성공의 비결이다.


 
“우리 동네 우물터를 가꿔 옛날 고향의 모습을 살릴라고, 500만원 신청했소.”

“아파트 사람들 집 밖에서 만날라고, 여기를 흙공예 공원으로 만들어볼라고요.”

“우리 마을 할머니들 조청 맛이 끝내줘요. 한번 묵어보씨요. 없어서 못 팔어라.”

지난 2월 중순, 순천지역 지속가능한 생활공동체 공모 사업에 대한 현장 심사에서 주민들이 심사위원들에게 마을 사업을 설명했던 내용 중 일부이다. 순천시에는 매년 2월 초 또는 3월 초에 마을과 공동체 사업을 지원하는 대규모 공모 사업이 있다.

2005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8년째다. 예산도 6000만원으로 시작해서 올해는 6억원으로 늘었다. 갈수록 공모 사업 참여 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사회단체 보조금과는 다른 성격으로 ‘마을 가꾸기’ ‘지역공동체’ ‘커뮤니티 비즈니스’ ‘한 평 가꾸기’ 분야에 작게는 500만원, 많게는 2000만원까지 지원한다.

2005년 14건을 시작으로 올해 무려 79건이나 접수되었으니 양적으로는 굉장한 성장이다. 초창기에는 꽃밭 조성 등이 주를 이루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매년 공모 사업에 앞서 마을별로 워크숍을 개최하는 등 주민 토론회를 거치기 때문에 마을 자원과 특색을 살리는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접수된 모든 사업에 대해서는 서류와 현장 심사가 매우 꼼꼼히 진행된다. 지난 2월16~ 17일 이틀 동안 ‘지속가능한 생활공동체 만들기 위원회’ 위원들의 심사가 있었다. 분야별로 마을 가꾸기 사업의 경우 벽화, 공한지에 창조적 공간 조성, 마을 우물 정비, 마을 관광 사업,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상인·주민의 노력과 관련된 사업이 많았다. 공동체 회복과 나눔을 목표로 하는 지역공동체 사업은 그 특성상 텃밭 가꾸기, 아동복지, 효도 급식, 반찬 나눔 등 이웃과 함께하는 복지 사업이 주를 이루었다.


 

 

 
ⓒ김석 제공
순천시 생활공동체 사업 심사위원들이 현장 심사를 하고 있다.



민관이 협력하는 지원 조직 마련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비즈니스 형태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커뮤니티 비즈니스 사업은 작은 도서관 활용 북 카페, 잊혀가는 조청 만들기, 상상발전소 공공 디자인 사업 등이 공모되었다.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사업들이 돋보였다.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하려는 노력도 구체화되고 있다. 8년 동안 묵묵히 사업을 유지하고 지켜온 작은 성과다.

순천시에서 이처럼 마을과 공동체 사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힘은 무엇보다 ‘사람 만들기’ ‘삶터 가꾸기’ 그리고 ‘공동체 이루기’라는 분명한 가치와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목표는 관에서 제시한 것이 아니라 주민, 시민단체, 행정가 그리고 전문가가 학습과 토론을 통해 같이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을 주도하는 주민도, 지원하는 행정가와 시민단체도, 전문가도 한마음 한뜻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을과 공동체 사업이 지속될 수 있었던 또 다른 힘은 조례와 예산 등 제도적 기반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8년 동안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책 담당자가 바뀌면 사업 지속성이 단절되는 행정의 한계를 극복해야 했고, 안정적인 사업을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했다. 주민 주도 사업의 성격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민관이 협력하는 중간 지원 조직을 만드는 일도 필요했다. 결국 2011년 ‘순천시 지속가능한 생활공동체 활성화 조례’를 제정해 올해부터는 중간 지원 조직인 ‘순천시 생활공동체센터’도 출범하게 된다. 이러한 안정적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행정과 시민단체, 주민의 노력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도 마을과 공동체 사업을 역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했다.

앞으로도 순천시는 마을과 공동체에 투자할 것이다. 아직 육성 단계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 사업 분야에서는 주민들에게 자기 결정권을 더 많이 부여하고 예산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순천 곳곳의 마을에서 마을 헌장, 마을 100년 계획, 마을 자치 규약 등이 제정되고 주민 참여와 자치가 더 현실화될 때까지 필자는 의회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 모든 노력으로 이를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