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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Posting/시사인 풀뿌리수첩

순천만 경전철은 누구를 배불리나 (시사인 227호)

by 동자꽃-김돌 2012. 7. 28.

순천만 경전철은 누구를 배불리나   

기사입력시간 [227호] 2012.02.02  09:13:34  조회수 11315

 

<매월 한차례 시사인 '풀뿌리 수첩'에 자치와 소통에 관한 내용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버겁고 힘들지만 마을과 주민에 관심 갖는 정통시사주간지 시사인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좋은 가정이 좋은 골목을 만들고, 좋은 골목이 좋은 마을을 만들고, 좋은 마을이 좋은 지역을 만들고, 좋은 지역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믿기에 글쓰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김석 (통합진보당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 www.kimdol.net

 

 포스코가 610억원을 투자하는 소형경전철 사업이 특혜와 부실 논란을 낳고 있다. 시의회의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

 

순천만은 보존과 개발이 맞부딪치던 첨예한 갈등의 공간이 대한민국 생태 관광의 중심지로 변화된 좋은 본보기이다. 2011년 생태 관광을 위해 약 200만명이 순천만을 방문했다. 급증하는 방문객으로 순천만 훼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순천시가 순천만 보존을 명분으로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라는 국제 행사를 추진 중이다.

그중 순천시와 포스코가 순천만 이동 교통수단으로 추진 중인 순천 소형경전철 사업 때문에 순천만이 몸살을 앓는다. 이름도 생소한 순천 소형경전철(PRT)은 포스코가 610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이다. 순천시와 포스코에 따르면 PRT는 고가궤도 위를 환승·정차 없이 무인 자동운전으로 운행하는 택시 형태의 경량 차량(1~8명)으로, 순천만 접근을 위한 친환경 대중교통 수단이라고 한다. 영국 등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으나 실용화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는 순천만에서 처음 시행하게 된다.

 

 

 
포스코가 투자하는 순천 소형경전철 공사 현장.


이 사업은 무엇보다 추진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순천시가 포스코와 맺은 업무협약서 원본을 의회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조금씩 알려지는 업무협약서 내용들을 보니 너무나 기가 차다. 순천시는 이 사업과 중첩되는 제반 교통수단을 활용한 별도의 사업을 시행하지 않을 것을 보장해주면서 향후 순천만 접근은 순천 소형경전철로 단일화해버렸다. 이에 따라 순천만 입장료에 순천만 경전철 비용이 통합 징수된다고 한다. 순천만 입장객 200만명을 기업의 이익에 노출시킴으로써 안정적 수익을 보장해준 셈이다. 그뿐 아니다. 포스코가 경전철을 운영하되, 향후 20년간 적정 수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투자위험금 분담제도를 통해 손실비용을 순천시가 보장해야 한다는 경악스러운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사업 잘 안되면 순천시가 손실 보장

2011년 행정 사무감사를 통해 순천시의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것이 시의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추진되는 사업이며 조례 및 지방자치법을 위반하고 있음이 지적됐다. PRT는 30년 동안 포스코가 운영한 뒤 순천시에 기부채납(국가나 지자체에 재산을 무상으로 넘기는 것)하는 민간 투자사업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39조 1항 8호에 명시된 대로 공유재산을 취득·처분할 때는 반드시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투자위험금 분담 등 순천시에 채무 부담을 수반하는 계약임에도 시의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순천시 조례에 따르면 시설사업기본계획 고시 이전에 의회 의결을 얻도록 돼 있으나 이도 지키지 않았다.

둘째, 사업시행자 공고 절차도 지켜지지 않았다. 순천시는 경전철 사업을 민간투자 유치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지난해 1월 민자 유치 계획서를 공고했다. 그러나 순천시는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자격 및 선정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사업시행자를 (주)포스코로 지정하고 사업자 자격을 포스코 소형경전철 시스템 소유자라고 못 박아 공고해버렸다. 순천시가 관련 절차를 무시함으로써 다른 사업자가 발을 붙이지 못하게 만든 셈이다. 이로 인해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셋째, 사업비 61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민간투자 사업임에도 타당성 조사와 의견 청취, 의회 동의 등 어느 하나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순천 시민의 동의는 물론 없었다.

이런 형태의 민간 투자사업이 비단 순천시에서만 벌어지고 있을까? 재정이 열악한 기초단체의 경우 거대 자본을 통한 사업 유치는 달콤한 유혹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덜컥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독이 되어 지방재정을 악화시키고 결국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이미 전국에 널렸다. 국회 차원에서 민간투자 사업 현황을 조사·분석하고, 이를 통해 관련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순천시는 순천만 보존을 위해 친환경 교통수단을 추진한다는 명분 아래 지켜야 할 법 절차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대로라면 손실 비용과 30년 뒤 기부채납 후 폐기처분 비용까지 순천시가 부담해야 한다. 나를 비롯해 시의원 일부가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감사원 감사를 청구할 것 등을 계획하고 있으나 쉽지는 않을 듯하다.